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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전통공예이야기/ⓐ전통공예품

★한국인의 선, 곡선미학

by →다솜네텃밭 2018. 7. 11.

 

 

★한국인의 선, 곡선미학

첫째, 단아하고 세련된 선

나이키 심볼마크와 코카콜라 병. 각각 날렵함과 부드러움을 대표하는 20 세기의 곡선이다. 그러나 1 천 4 백여전 고구려 고분벽화의 청룡 백호 몸통에 나이키의 선(線)이 있고 아직도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면, 코카콜라 병의 곡선보다 더 부드럽고 더 매혹적인 곡선이 12 세기 고려청자(청자참외모양병)에 살아 있다면….

강서대묘 청룡벽화와 강서중묘 백호벽화(북한 남포시 소재)는 청룡 백호의 힘찬 비상을 예리하게 포착, 날렵하고 세련된 몸통 선에 고구려인의 호방한 기상을 잘 담아낸 걸작이다.

청자참외모양병(국보 94 호)은 곡선과 곡선의 만남을 통해 고려인들의 빼어난 미감을 잘 구현해낸 명품이다. 그 선은 단아하면서도 세련되고 한번 더 들여다보면 우아하고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청자의 아름다움은 시대를 초월한다.

이것이 한국의 선이다. 한국의 선의 미학은 신석기시대의 빗살무늬토기, 청동기시대의 청동 잔무늬거울(국보 141 호)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잔무늬거울은 과감하면서도 탁월한 창의성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직선과 원이 섬세하게 어우러진 미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 미는 다름아닌 추상의 미, 기하학의 미, 현대적 감각의 미다.

쉽게 만날 수 있는 한옥 문창살은 직선과 직선의 만남을 통해 은근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별다른 꾸밈을 가하지 않고도 저 딱딱한 직선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옛 장인들의 손맵시. 문창살은 평범한 사람들의 것이기에 더욱 각별하다.

여인네의 저고리는 전체적으로 곡선의 미를 보여주는 가운데 직선이 절묘하게 파고들어가 새로운 미를 창출해낸 경우.

가슴과 소매로 타고 올라가는 곡선, 목을 휘감아 내려오는 곡선에 아무 거침없이 쭉 뻗은 옷고름의 직선이 상쾌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충남 부여의 백제 정림사지 5 층석탑(국보 9 호)은 선의 정적(靜的)인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대표작. 이것은 한국의 탑 중 가장 은은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석탑.

각 층 옥개석(지붕돌)의 직선은 네 모퉁이 끝에서 살짝 올라가면서 부드러운 곡선을 연출하고 동시에 묘한 긴장을 이끌어낸다. 네 귀퉁이의 끝 점은 위 아래층 옥개석 끝 점과 허공에서 이어지면서 인간의 눈에 가장 편안한 직선을 만들어낸다.

미술사학자들은 이것을 백제의 미라고 말한다. 한국의 선이 어디 이뿐이랴.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본인들이 말해버린 ‘애수(哀愁)의 곡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엄숙해야 할 때는 엄숙한 선을, 당당해야 할 때는 당당한 선을, 상쾌해야 하거나 편안해야 할 때는 상쾌하고 편안한 선을 적재적소에 구사하며 그에 맞는 새로운 선을 창출했다는 사실. 이것이 우리 선의 미학이다.

둘째, 무지개 다리의 매력

무지개 모양의 문, 홍예문(虹霓門). 무지개 모양의 다리, 홍예교(虹霓橋). 숭례문(국보1호), 흥인지문(보물1호), 광화문의 석축(石築)엔 홍예문이 있고 불국사 백운교나 창덕궁 금천교는 다름아닌 홍예교다.

이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홍예’. ‘아치’라는 외래어로 더 익숙한 이 홍예가 우리 전통 석조건축에서 ‘약방의 감초’격이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 였을까.

그 비밀은 완벽할 정도의 견고함과 빼어난 아름다움에 있다.

홍예는 좌우에서 돌을 쌓아 올라가다 맨 위 가운데에 마지막 돌, 즉 이맛돌(키 스톤·Key Stone)을 끼워 넣음으로써 완성된다.

이 이맛돌만 빠져나가지 않으면 홍예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건물이나 성벽이 무너져도 홍예는 건재하다.

놀라운 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홍예에선 돌과 돌 사이에 모르타르와 같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 엄밀히 말하면 돌이 허공에 떠있는 셈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김봉건 미술공예실장(한국건축사)의 설명. “길쭉한 돌은 세워서 기둥으로 사용하면 강하다. 그러나 돌을 수평으로 눕혀 다리의 상판(上板)으로 사용하면 약하다. 휘어지거나 부러질 위험이 크다. 이것이 돌의 특성이다.

우리의 홍예는 이같은 돌의 특성을 제대로 간파해 만든 것이다. 홍예는 또한 위에서 가하는 힘을 좌우로 분산시키기 때문에 붕괴 위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홍예를 고도로 발달한 건축구조라 부른다.”

건축재료가 별로 발달하지 않아 주로 돌을 사용해야 했던 그 옛날, 선인들은 돌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욱 완벽한 건축물을 만들었던 것이다. 홍예의 멋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고풍스럽고 깔끔한 무지개 모양이 연출하는 빼어난 아름다움이야말로 빼놓을 수 없는 홍예의 매력이다.

‘과학성과 미학의 조화’라는 특성 때문인지 홍예는 현대 건축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현대건축의 홍예는 콘크리트 등으로 무지개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돌을 붙인 것이 대부분.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홍예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건축가 서현씨는 우리의 홍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홍예는 허공을 가로지르기 위한 숱한 연습의 결과다. 이 홍예가 없었다면 한국 건축물의 역사는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숭례문도 광화문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양이었을 것이다.”

셋째, 처마 곡선의 미학

날아갈 듯 상쾌하고 유려한 기와지붕의 처마 곡선. 처마선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비밀은 서까래를 이중으로 처리한 겹처마에 있다. 겹처마는 길쭉한 서까래의 끝부분 위에 짧은 덧서까래를 얹어 만든, 이중 서까래 처마를 말한다.

덧서까래는 처마 끝을 살짝 들어올리면서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낸다. 처마선의 아름다움은 벽체로부터 서까래가 시원스럽게 빠져나오는데서 비롯한다. 거기에 다시 덧서까래를 올렸으니 그 선의 날렵함이야…. 덧서까래는 허공에 떠있는 것 같다고 해서 부연(浮椽)이라 한다.

덧서까래의 매력은 건물 네귀 모퉁이의 추녀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들 귀서까래는 부챗살인양 벽체 밖으로 쫙 펼쳐지면서 처마 끝을 힘껏 들어올린다. 부드러우면서도 날렵하고 청초하면서도 장중한, 그 거침 없음과 세련됨…. 처마선의 백미라 하기에 충분하다. 귀서까래는 모양이 부채를 닮아 선자연(扇子椽)이라고도 한다.

모퉁이 추녀 부분의 서까래를 벽체 가운데 쪽보다 훨씬 길게 빼내고 훨씬 높이 들어올린 것은 멋도 멋이지만 사람들의 착시(錯視)를 막기 위한 절묘한 장치다. 추녀 귀서까래의 길이나 높이를 가운데 부분과 같게 할 경우, 중앙에서 보면 추녀부분은 밑으로 처지고 길이가 짧아 보여 그 맛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건물 모퉁이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길게 해야 모서리 사방에서 들이치는 빗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덧서까래를 받쳐주는 긴 받침목도 한몫 한다. 모퉁이쪽 추녀선이 올라가게 하기 위해 일부러 휘어진 받침목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지붕의 무게로 인해, 자연스레 받침목 가운데가 살짝 내려 앉는다. 이것은 부작용이 아니다. 윤장섭 전서울대교수(건축사)는 “이같은 자연적인 요소나 다소간의 우연적 요소가 오히려 처마선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고 설명한다.

서까래 하나를 올리면서도 자연의 특성, 우연의 측면까지 끌어안았던 우리 전통건축. 처마선을 무애(無碍)의 경지라고 일컫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출처:네이버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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